개발자의 2023년 회고 : 진개라이팅 천국에서 즐거움 지향적 삶을 살길 바라며
2023년 : 인생에서 제일 빡셌던 해
2023년은 무슨 살이 끼었나 싶을 정도로 빡센 해였다. 돌아보면 눈물이 나는 미친 한 해였다. 한편으로는 그런 고통이 있었기에 내가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고통의 수렁에 빠질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웠다. 하하하!
커리어 : DOG GO SAENG..
이직했다. 이직기를 오만 자 써놓았지만, 민감한 부분이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를 생각하면 최선의 선택이다. 더 잘 준비했으면 하는 후회는 있다. 그래도 지금 회사에서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회사의 사정으로 팀이 n번 바뀌었다. 2년차 주니어에겐 너무나 가혹했다... 새 도메인으로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공부해야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과 계속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다. 익숙해질만 하면 옮기고, 옮기고, 옮겨서 매일이 우울했다. k개월 단위로 팀을 바꾸니 성과를 못 낸다는 것도 분노!!!! 나는 소스에 빨리 익숙해져서 이것 저것 새로운 테스트도 해보고 싶고, 리팩토링도 조금씩 해보고 싶었는데, 적응하는 데만 리소스를 썼다. 하하하.
그 과정에서, 복잡한 코드를 쉽게 파악하는 방법을 배웠다. 함수를 여기저기서 호출하다 보니 소스가 미노타우르스의 미궁처럼 되더라. 중간에 길을 잃기 일쑤다. 나는 엑셀을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활용했다. 엑셀에다가 호출 지도를 그려놓고 프로세스를 파악했다. 역시 문서가 있으니 프로세스가 헷갈려도 나만의 엑셀 실타래를 통해 금방 길을 찾을 수 있었다.그렇게 복잡한 코드를 세세하게 발라내 오류를 잡아내는 경험도 많이 했다.
주문이다 보니, 테스트가 특히나 중요해졌다. (어디든 중요하지만) 코드 배포 하나만 잘못되어도 그냥 날밤 까면서 디버깅해야 하는 거다... 엉엉.. 그래서 테스트케이스를 세세하게 짰다. 테스트케이스, 기대 결과, 실제 결과, 수정 방향 등을 문서화해서 팀에 공유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를 잡아내기도 했다. 우리 수장과 옆팀 수장이 나서서 오류를 수정했다(...) 테스트 빡센 팀이라 코드 배포하는 데 오래 걸리긴 하지만... 나름 재미나게 일하고 있다.
어쨌든 성과라고 할 만한 걸 써보자면..
1. 프로세스 단축 : 정보 변경 시 너무 많은 수작업을 해야 해서... 한번에 처리할 수 있게 개선함... 내가 귀찮아서 맞음.. 아예 화면 기능까지 만들어버리고 싶었는데 팀 변경됨.. 후임자 분이 너무 잘 썼다고 말해줌.. (이게 보람이다)
2. 온보딩 가이드 제작 : 개발환경 세팅을 구두로 전해주길래 다 적어놓고 문서화 해놔씀. 나 이후로도 팀에 인원 변동이 잦았어서 잘 쓰였을 것으로 생각함.
3. 주문 기능 제작 : 상세한 업무는 쓰기 어렵다...
4. 환불 로직 개선... (진행중)
걸스인텍 멘토링
올해 걸스인텍 X AWS 멘토링도 진행했다. 동종업계의 2030여성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나눌 수 있었고, 함께한 멘토님도 정말 좋았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니 너무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기보다 즐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한 달 동안 다 같이 감사일기를 썼다. 서로의 이야기를 보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거 같다. 멘토링 이후 너무 바빠서 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음. 오랜만에 다시 떠올리니 좋다.. 함께했던 멘티님들에게 연락 해야겠다.
방송대 : 학점 3.7 ㄷㄷ 갓닝겐
방송대 3학년을 마쳤다.
자료구조, 알고리즘, DB, 컴퓨터과학개론 등을 수강했다. 총 30학점 정도 들은 것 같은데, 평점은 무려 3.7!!!!!! 나,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회사 다니면서 학교 다니는데 3.7? 보통이 아니다. ^^;; 물론 강의를 다 듣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 기말 벼락치기 중 현타가 오기도..
방송대는 시험 기간마다 '내가 왜 이것을 한다고 했는가' 후회하지만, 하지 않았다면 컴퓨터과학의 기초를 다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귀찮아서 매번 미뤘겠지... 껄껄. 업무를 하며 스쳐지나간 개념을 다시 마주친다거나, 1년차 때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 고런 것도 있었다. 하지만 시험 부담은 너무 빡세다. ㅋㅋ 생각보다 공부해야 할 게 엄청 많다.
그래서 내년에는 스터디를 모집해 공부할 예정이다. 내년에 들을 주요 과목. 운영체제, 컴퓨터구조, 디지털논리회로, 선형대수... hell이 펼쳐질 거 같다.
스터디 : 스프링, 알고리즘
회사 동료들과 스프링 스터디를 진행했다. 회사 동료와 함께하면 좋은 점이 무척 많았다. 회사에서 마주한 문제에 대해 소통할 수도 있고, 다른 팀 동료와도 친해질 수도 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에 진행하면 시간 절약도 된다. 그리고 직장동료이기 때문에 덜 쪽팔리려는 노력을 한다. ㅋㅋㅋ
알고리즘 스터디는 중간에 흐지부지돼서 아쉽다. 내년에 개발 공부 중 알고리즘을 첫 번째로 둬야 할 거 같음. 막 빡공까진 모르겠고 그냥 취미처럼 해야 오래 가는 듯하다.
멘탈 : 담금질 중..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언제나 친절하려고 애썼고, 누군가에게 말실수를 했을까봐 전전긍긍했다. 사실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혼자서 쩔쩔매며 '기분 나빠 보이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했다. 팀을 옮기면서 새로운 사람에게 계속 잘 보여야 하니까 미칠 지경이었다. ^^;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조용히 자기 일만 잘해도 사회생활에 큰 문제 없는데 왜 그렇게까지 강박적으로 살았나 싶다.
여러 이유로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선생님이 일은 일이고, 너는 너다. 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일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왜 이렇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냐. 너를 좀 더 아껴줘라.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잘 보일 필요도 없다. 네가 너를 잘 봐줘라. 라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역시 상담은 정기적으로 가줘야 하는 거 같다.
나는 나를 채찍질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걸 깨달은 한 해였던 거 같다. 특히 이 회고를 쓰다 보니 올해 많은 걸 했고, 이뤘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하루가 조금 엉망이었어도, 내가 엉망은 아니라는 거 잊지 말기.
취미
수영 : 수영을 1년 반 동안 했다. 하다 보니 질려서 12월 그만뒀다. 쉬다가 1월에 주짓수를 등록하려 한다. ㅎㅎ 새로운 운동은 언제나 환영이야! 접영까지 배웠다. 수영을 하다 보니 먹는 양이 엄청 늘었다. 지금 운동을 안 하고 있는데 살이 겁나 찌고 있음.
게임 : 올해는 호그와트 레거시가 남았다!! 정말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다. 이 회고도 다 마무리하면 스타듀밸리 조금 하고 호그와트 달릴 거야!
여행 : 대학 동기들이랑 묵호, 경주, 제주도, 서울 여행을 다녀왔다. 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콘서트 : 박효신 팬미팅 콘서트를 다녀왔다!!!!!!!!!! 최고의 기억이다. 나도 모르게 콘서트장에서 눈물을 퐝 하고 터뜨렸었던..
콘텐츠 : 귀찮아서 드라마나 영화 잘 못 보는데, 이 귀차니즘을 이겨낸 명작 : 미스터션샤인... 김태리 애기씨 때문에 봤는데 엄청난 명작이었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 애기씨, 그대를 보우하오. ^-ㅠ
2023년 총평
올해 머했지.. 아무것도 한 게 없네.. 라고 생각하고 늘어져 있었는데,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을 했다. 2023년,, 정말 힘든 한 해였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구나 싶다. 이렇게나 황량하고 어지러운 속세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한 해다.
진짜 개발자라면, N년차 개발자라면, N년차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XX 해야 한다'는 불안을 심어놓고 사람들을 채찍질하는 가스라이팅 천국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미션이 있다. 2023년에는 일에 많은 신경을 썼으니, 2024년엔 보다 나 자신을 아껴주는 한 해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무언가를 이뤄내는 거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여유를 갖기.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자!!